1.짧은 감상(스포 있음)
사회주의 체제 하 폴란드, 1980년대
퀴어 소설. 억압적이고 부조리한 당시의 폴란드 사회에서 만난 루드비크와 야누시는 어둠 속에서 헤엄치며 자유로운 사랑을 나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한다. 체제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루드비크와 체제 안에서 성공을 누리고자 하는 야누시. 야누시를 짝사랑하는 친구인 하니아는 폴란드 고위직 자제이고 야누시와 루드비크를 자신의 권력으로 도와줄 수 있는 존재다. 야누시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이용하고, 루드비크는 그와 하니아 사이에 양다리를 걸치는 야누시에게 복잡한 감정을 품는다. 어둠 속에서 자유로이 헤엄치던 시간은 끝나고, 선택의 기로가 온다. 루드비크는 자신의 사적인 비밀을 약점 잡힐 위기에서, 지극히 속물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연적인 하니아에게 도움을 청한다.
시대와 불화하는 로맨스를 아름다운 문장으로 적어 낸 소설이었다. 읽으면서 좋은 의미로 괴로웠다.
2. 발췌
내 몸이 네 쪽으로 움직였고, 너는 나를 바라보고는 갑자기 덩달아 잠잠해졌다. 양팔을 양옆으로 쭉 뻗은 너는 도약하다 공중에서 멈춘 발레 무용수 같았다. 수면 아래 모종의 온기가 배 속에서 요동쳤다. 계속 다가가자 네 이마와 코끝과 입가에 맺힌 물방울까지 보였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이미 언어를 초월한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 네가 그곳에서, 나도 그곳에서, 바투 호흡하고 있었다.
나는 나라 전역의 텅 빈 가게들을, 파니 콜레츠카를, 한 줌이나마 받거나 아예 받지도 못하면서 마냥 배급 줄에 서서 인생을 버리는 서민들을 떠올리다가-살지고도 방종한 이 작자들의 웃음을 겹쳐보았다. 아연한 나머지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 사진을 방바닥에 집어 던지고 마구 짓밟아 발꿈치 아래에 유리와 나무가 산산조각 나는 것을 느끼고 싶었다.
나는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마치 말들이 방바닥에 떨어지기라도 했다는 양 나는 재차 말들을 주워 올렸다. 마치 나를 으스러뜨려버릴 수도 있는 어마어마하게 육중한 것이라도 되는 양 그 말들을 집어서, 들어 올려서, 혀뿌리 너머로 밀어내보려고 용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