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인굿(2018)
테스트 플레이어
세션 1: 엘디, 이오락 (voice orpg, roll20)
세션 2: 황충, 역설, 리모, 파르팔라 (TRPG, 강남)
세션 3: 키위, 뺌, 라무, 루와즈 (TRPG, 강남)
COT 플레이어
Call of Table: 조기름, 녹용, n, 흑사탕
스포일러 없는 후기(테스트플레이+당일)
COT의 마스터로 제의를 받는다는 것은 2회에 플레이어로 참가했던 저에게는 무척 영광이었습니다. 고민을 하기 시작했지요. 크툴루의 부름은 흔한 룰이라, 행사에서 돌리려면 시나리오 선택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이미 입문 기회도 많고 한글화 룰북에 시나리오도 많은 룰이니까요. 그래서 야심차게 자작 시나리오를 돌릴 마음을 먹게 됩니다.
겁도 없이요....^^....
시나리오 의도
우선, 제가 이 시나리오를 어떻게 의도했는지부터입니다. 현대 한국 배경으로, 오래전부터 이 땅에 신화생물이 암약하는 설정을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싶었습니다. 펄프하지 않은 정통 호러를 지향하면서, 스케일이 큰 사건을 탐사자들이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신격과의 조우, 광기, 주문 사용 같은 것들. 그러나 큰 사건은 보통 대재해와 탐사자들의 죽음을 동반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그것을 여러 요소로 극복해보려고 노력한 것이 이 시나리오입니다.
테스트플레이
예전부터 쓰고 싶었던 소재들과 아이디어가 있어 우선 초고를 쓰고 저희 팀, “이름을 입력하세요”에서 돌리기로 했습니다. 2인플레이였기 때문에 탐사자들 설정에 맞춰 대응은 잘된 반면 좀 어색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이것도 갓플레이였다고 자랑하고 싶습니다만 프로토타입 시나리오였고 엘디님과 오락님이 알아서 다했으므로 자제하겠습니다.
황충님, 역설님, 리모님, 파르팔라님과 함께한 세션은 갓-롤플레이와 갓메타추리, 셀프 스위치 제작 및 호러 연출에 특화된 플레이어들과 함께한 멋진 세션이었습니다만... 생존률을 본 저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우선 탐사자들은 거의 다 죽었으며...살았어도 도저히 일반적인 ‘생환’이라고는 볼 수 없는 엔딩이었습니다.
따라서 캐릭터 시트를 수정하고, 시나리오 구조를 대폭 조정해서, 그간 테플에서 나왔던 좋았던 점은 유지하되 난이도를 낮췄습니다. 어디까지나 행사인 점을 고려해서요. 크툴루의 부름이니까 다 죽는 것도 뭐 이상하지는 않은 엔딩이지만, 저의 첫 기획의도는 어디까지나 ‘다 죽이는’ 게 아니라 ‘다 죽을 뻔’하는 거였기 때문이죠. 혹시 그러다 죽으면 멋지고 끔찍하고 기억에 남는 죽음을...뭐 아무튼 그렇습니다. 이 플레이는 정말 대단했고 제가 중간에 버벅거렸는데도 좋았던, 그야말로 호러다운 세션이었습니다.
세션 2가 아쉬웠던 점은 시간 조절에 실패하여 에필로그를 잘 못한 것이었죠. 그렇지만 약간의 문제가 발생하였기 때문에 내재된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게 해 준 세션입니다.
세션 3은 행사 직전 마지막 테스트플레이 세션입니다. 내용의 정합성, 구조의 적절성 등 실제로 잘 돌아갈지와 시간조절을 확인해야 해서 가장 건조하게 마스터링한 세션입니다. 하지만 플레이에 색채를 더해준 생동감 넘치는 플레이어들의 RP(광희 느낌의 아이돌과 상냥한 교수님, 설득력 넘치는 PD, 게르마늄 팔찌 나눠주는 오컬트 전문가까지...), 과감하게 지르는 선택과 그에 힘입은 최초의 전원 생환엔딩, 시간조절 성공에 의한 잘 연출된 에필로그까지. 이건 된다...! 게다가 프로그램 이름인 ‘무서운 이야기 Y(WHY)’를 만들어주신 분들이시죠. (원래는 ‘미스테리 특급’이라는 이름이었습니다만 저도 마음에 들지는 않았거든요.)
테스트 플레이어 분들은 플레이를 해주시고 시나리오 피드백 뿐 아니라 핸드아웃과 룰 서머리에 대한 피드백도 주시어 한층 업그레이드 된 행사준비를 하는데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COT
그리고 대망의 cot 날이 다가왔습니다. 9월 8일.
지각자 하나 없이 모두 도착한 우리 테이블. 조기름님, 흑사탕님, 녹용님, n님의 네 분은 모두 크툴루 경험자셨지만, 리마인드 겸 룰 설명 등을 진행했습니다.
이날 플레이에서는 약간의 하우스 룰을 써서, 판정에 서로 보너스를 주는 ‘도와주는 판정’을 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시간이 생각보다 너무 빨리 끝나서 좀 당황스럽긴 했네요.
COT는 X카드와 제안카드 시스템, 플레이 도중 제공되는 간식(맛있고 먹기 편하고 너무 좋아), 위치, 스탭들, 플레이어, 이벤트, 마스터까지(저는 모르겠지만...) 모두 갓밖에 없는 갓행사입니다.
물론 행사는 행사라 소음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어 되도록 일어나서 큰 소리로 진행했습니다만 그래도 분위기 조성에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무섭고, 기억에 남는, 캐릭터들이 멋지게 활약해 준, 흥미진진한 세션을 함께 만들어주신 플레이어분들 감사합니다 ^ㅁ^/
마치며
자작시나리오를 쓰고, 테스트플레이하며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만났던 플레이어분들 모두 잊지 못할 겁니다. 정말 낯선 사람을 어려워하는 제가 힘을 내서 마스터링을 할 수 있는 건 모두 여러분 덕분입니다.
그러니까, 모두 안전하고 즐겁게, 행복하게 오래 이 취미를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몇 회 정도, BGM을 넣은 버전의 마스터링을 해볼 생각인데요. 전투도 보다 적극적으로 하고요.
그 때는 또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기대됩니다.
또 만나요, 여러분.
이하의 내용은 앞으로 플레이하실 생각이 있으면 읽으시면 안됩니다. 위의 스포일러 없는 후기와는 전혀 다른, 각 세션별 상세한 스포일러가 나옵니다.
플레이하실 생각이 있으시다면 절대
절대 읽으시면 안됩니다..
각 세션별 인상깊었던 부분, 그리고 cot 당일 플레이된 세션 내용 요약이 있습니다.
프롤로그
중학생 여자애가 이상한 행동을 합니다. 몸이 아프다고 합니다. 학업 스트레스? 교우관계? 사춘기의 반항?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 빙의나 무병 증상하고 비슷하다고 하니, 우리 “무서운 이야기 Y(WHY)” 이번 아이템으로 괜찮겠는데요.
1. 방송작가 이서은, 사기 영능력자 임경애
목에서 목걸이를 여상한 태도로 벗어 병원 침대 옆 테이블에 내려놓은 민서는 더 이상 고통도 불안도 느끼고 있지 않다. 검은 촉수가 그녀의 뒤에서 뻗어나와 옆에 서 있던 간호사를 찌르고, 간호사는 벌벌 떨다가 껍데기만 남아 쓰러진다. 검은자위만 남은 눈이 경애와 서은을 향한다. 촬영을 하기 싫어했던, 작은 말티즈 강아지를 걱정했던 그 중학생이었던 것은 이제
없다.
사기 영능력자는 진정한 마법을 배웠지만, 그 힘도, 목숨조차도 오래된 존재들 앞에 얼마나 미약한지 깨닫고 만다.
방송작가는 생각한다.
어쩌면 이 모든 걸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
“얘들아, 여기 들어가면 안 된단다. 다른 곳에서 놀렴.”
수십 년 기다림 끝에 나이 지긋한 여인의 입에서 마침내 그 말이 흘러나온다.
아이들은 이상하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고, 포기하고 떠난다.
마침내 그녀는 임무를 완수한다.
-광인굿, 테스트 세션 1번째-
2. 재기를 꿈꾸는 배우 유미소, 이도영 PD, 오컬트 전문가 수정, 천재 심리학자 서제희 교수
“이 PD, 나는 이PD만 믿어?”
“PD님 저 뭐든 할 수 있어요. 시켜만 주세요.”
“무당이었나요?”
“특별한 건 없고 롯데 자이언츠가 우승한 날인데요.”
“아침에 출근해보니 미소 씨가 머리를 계속해서 스크린에 찧고 있는 거예요.”
“민서가, 민서가 사라졌어요.”
“천혜도사가 그 굿을 했던 걸요.”
“거기엔 살아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 굿을 했던 날이야. 뭐가 보이니?”
“도망가요”
“우리 그렇게 친한 사이 아니야”
“헉 저 블락하고 싶어요”
“롯데 자이언츠가 빙그레 이글스를 꺾고”
“선생님, 저희가 실패하고 말았어요.”
“연희야, 제희야. 안에 들어가 있을래?”
- 광인굿, 테스트 세션 2번째-
3. TVM “무서운 이야기 Y(WHY)” 말주변 좋은 손하병 PD, 과학적인 마인드를 가진 심리학자 조수현, 게르마늄팔찌 등 각종 유사과학의(...) 오컬트 전문가 이현민, ‘Crown’ 예능담당 전직 아이돌 찬우
“그런데, 민서는 어디 갔죠?”
"할머니, 저희를 좀 도와주셔야 해요."
직접 칼을 쥐고 작두에 오르는 PD님, 마을 사람들에게 급히 부탁한 굿상.
잠시 반짝였던 희망, 그리고 엄습하는 절망.
장미담배와 한라산이 있는 작은 점빵.
투덜. “대체 왜 출연 번복을 하는 거야? 새 아이템 찾기 귀찮게.”
수현은 어느 중학교 앞에 와 있다. 한 여자아이가 눈에 띈다. 그늘 없이 밝은 모습이다. 그녀는 오랫동안 그 뒷모습을 눈에 담는다.
여자아이는 뒤를 돌아보며 고개를 갸웃하고 멀어져간다.
아마도 그녀는 우리들이 그녀를 위해 했던 일들을 절대로 알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겠지.
-광인굿, 테스트 세션 3번째-
COT
등장인물
이희연
프로그램의 고정 게스트, 호기심 많은 오컬트 전문가. 할머니가 시골에서 큰무당으로 있어서, 아직도 무당 일을 하는 사람들과 연락이 닿습니다.
송성림
듬직한 조연출은 오컬트와 괴이한 현상은 믿지 않으나, 어둠을 두려워합니다. 출연자인 아이돌 아마리에게 호감이 있습니다.
김준규
송성림의 부탁으로 떨떠름하지만 이 방송에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정신과 의사로 최면술도 가능합니다.
아마리
본명은 김마리. 아역배우 출신의 매력적인 여성으로 진행과 리액션 담당입니다.
* 기존 플레이와 시나리오상 달라진 사항들
외할머니 댁은 강원도에서 경기도로 무대를 옮겼고, 동굴이 아닌 땅에 파묻힌 비석이 봉인의 장소였음
근처 산 속의 공터에 그네가 하나 있음
그날의 이야기
COT 당일 플레이 이야기를 자세하고 멋지게 요약해 주신 후기는 녹용님의 후기가 있습니다.
저는 약간 각색해서 써보도록 하지요.
9월 4일 저녁 - 오프닝
주인공들은 각자의 일상을 살아가다가 연락을 받았습니다. “무서운 이야기 Y(WHY)”에 출연해달라는, 혹은 좋은 아이템을 찾았다는 이야기죠. 송 조연출은 PD의 호출로, 아마리는 매니저의 연락으로, 희연은 방에서 악몽을 꾸다 연락을 받아요.
김준규는 놀이터 앞 벤치에서 조카가 놀고 있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지요.
조카는 풀숲에서 꼼지락거리더니 꽃으로 된 팔찌를 만들어 준규에게 주며, 위험한 곳에 가지 말라고 합니다.
준규 또한 연락을 받습니다. 친구인 송성범이 부탁하는 방송출연은 내키지는 않지만 거절할 수는 없겠죠.
9월 8일.
탐사자들은 귀신에 들렸다는 중학생 여자아이 민서와 만납니다. 아마리의 매력을 십분 활용해 면담을 하던 그들은 민서가 잃어버린 기억이 있다는 것을 알고 즉석에서 동의를 얻어 최면을 진행합니다. 깊은 최면에 걸린 민서는 명백히 이상한 모습을 보이고 탐사자들은 충격에 빠집니다.
민서가 걸고 있는 외할머니가 준 날짜가 새겨진 목걸이, 그리고 할머니 집에 있던 기억에 열쇠가 있음을 깨달은 탐사자들은 관찰 카메라를 설치하고 돌아옵니다.
그리고 외할머니 댁이 있던 경기도 가평으로 떠나기로 하죠.
9월 9일.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2년 전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폐가가 된 집. MT 온 학생들과 마을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골 미니 슈퍼. 슈퍼에 있던 할머니는 고개를 갸웃하며,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 같다는 듯 탐사자들을 유심히 봅니다.
근처 산의 공터와 집에서 발견한 보따리를 뒤져 읽어보던 탐사자들. 송 PD에게 다시 전화가 걸려옵니다..
민서가 이상하다며.
탐사자들은 급히 성산시의 민서 집으로 돌아갑니다.
민서는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도 알려주지 않은 어머니에게 화를 내고 있어요.
탐사자들은 재치와 매력과 기지를 발휘하여 이 가족들을 설득하고, 민서를 달래어 외할머니 댁이 있는 가평으로 데려가주기로 합니다.
이 아이를 구하려면 광인굿을 연행하여야 하니...
굿을 연행할 무당 또한 필요합니다.
희연은 할머니 인맥을 활용하여 도와줄 무당을 부릅니다..(연줄 판정, 실패.) 무당은 자신이 해낼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치지만, 사실 부적이나 팔아먹는 돌팔이입니다. 탐사자들은 전혀 그 사실을 알 수 없었죠. 나름대로 준비를 하여 공터에 굿판을 벌입니다. 탐사자들은 공터 한쪽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지만...
어설프게 준비된 굿은 처참히 실패하여 민서의 몸에 또아리튼 어둠이 그녀를 부수며 태어나고 맙니다.
끔찍한 어둠이 부풀어올라 세상을 삼키기 시작해요.
그 때, 민서가 걸고 있었던 목걸이가 떨어진 곳에서 희미한 빛이 흘러나옵니다.
1994년
멀찍이서 들려오는 뉴스 소리. 발이 달린 브라운관 tv. 분명 아까 들렀던 작은 슈퍼인데 어딘지 위화감이 드는 옛 물건들.
젊은 모습의 슈퍼 주인이 나타납니다.
1994년. 민서가 걸고 있던 목걸이에 새겨진 날짜.
탐사자들은 지금이라면 민서의 외할머니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과연 태어나지도 않은 자신의 손녀에 대한 이야기를 믿어줄지는 모르겠지만요..
금이 간 부적 목걸이를 본 외할머니는 탐사자들을 도와줍니다.
탐사자들은 광인굿이라는 의식에 대해 이해가 깊어집니다.
그리고 실은 9월 4일, 처음으로 민서에게 굿이 행해졌을 때 민서의 안에 있던 존재는 깨어났다는 것.
그 시점으로 돌아가서 의식을 성공시키는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2018년 9월 4일
탐사자들은 마력을 불어넣고 최선을 다해 의식을 행합니다.
주문을 외우고, 마음을 다해 굿을 행한 결과는...
아슬아슬한 성공. 아주 조금만 어긋났어도 실패했을 겁니다.
(여기에서 분기가 나뉩니다. 타임 패러독스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이번 플레이에서는 플레이어분들께 선택을 부탁드렸습니다.)
Ending. 평화
9월 8일 제작회의. PD는 뿔이 단단히 났습니다. 갑작스럽게 탐나던 아이템이 취소가 되었거든요.
귀신 들렸다던 여자애가 멀쩡해졌다나, 뭐라나...
이걸로 더 이상 그 아이가 고통받는 일은 없을 겁니다.
탐사자들은 세상을 구해냈습니다.
지옥 같은 어둠을 들여다보았지만.
한 꺼풀 아래 끔찍한 진실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크툴루 신화 기능이 왠지 올라갔지만!
탐사자들은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Alt. Ending.
9월 4일로 돌아와 무사히 굿을 행한 탐사자들. 안도하고 지친 채로 귀가를 서두릅니다.
준규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기이하고 끔찍한 일이었지만 잘 해낼 수 있어 다행이었어요. 택시를 타고 아파트단지 출입구에 도착해 걸어들어온 그는 저만치에서 뭔가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춥니다.
놀이터.
풀숲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조카.
벤치에 앉아 그런 조카를 바라보고 있는 남자.
자기 자신.
못박힌 듯 서서 그 광경을 바라보는 준규의 모습이 줌아웃되면서, 카메라는 성산시를 내려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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